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0)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4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코스타리카에서 부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부활절 주간은 일주일 동안 공식적인 공휴일이 될 정도로 특별한 때입니다. 학교 수업이 없어서 쉬면서 길거리에서 의상을 차려입은 부활절 행진을 구경하고, (신자는 아니지만) 동네 성당에서 열리는 부활절 미사에도 가 보았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도 곳곳에 성모 마리아 제단이 있고 주말에는 성당 미사에 꽤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곤 했습니다. 매주 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독실한 신자..
법의 판단에 ‘정답은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헌법재판소가 정의롭고 사리에 맞는, ‘절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암암리에 내재돼있다. 그러나 의 저자 김두식씨의 생각에 따르면, 이같은 믿음은 그릇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는 법적 판단에 있어, ‘정답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저자는 이현세의 만화 에 대한 판결문을 예로 들면서, 법원의 판결문 역시 ‘일반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 ‘성적 도의관념’, ‘건전한 사회통념’과 같은 가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에 의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음란’이라는 개념 자체가 ‘살인’이나 ‘강간’보다 훨씬 더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법은 ‘절대적인’ 판결을 내려주는 존재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