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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인 성매매 조직 적발, 여성들은 왜 입건하나?
[일다] ‘초국적 성매매’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자세 
 
최근 호주에 성매매 업소를 차려 한국여성들을 유입시켜온 업주와 알선업자 등 일당이 국제범죄수사대에 검거, 수배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주의 한인 성매매 실상과 한국 정부의 대응방식에 대해 살펴보는 기사를 싣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필자 변정희님은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활동가로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호주에서 한국인 성매매 여성을 지원하고 여성단체들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젝트 사업을 수행 중입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에서 3개월간 머물며  

▲ 호주 멜버른 거리의 성매매 업소 
 
오늘날 호주 사회의 성 산업은 한국 사회를 여러 각도로 비추는 흥미로운 거울이다. 1984년 성매매가 합법화된 이래로, 빅토리아 주의 제도는 한국의 성매매방지법과 여러 면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레드(Rhed)와 스칼렛 얼라이언스(Scarlet Alliance) 등 섹스워커(Sex-Worker) 그룹의 활발한 활동이 한국의 성노동 담론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 언론은 물론 정부와 민간단체들도 호주의 성 산업 실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여성가족부의 2012년 공동협력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5월 1일부터 3개월째 호주 빅토리아 주의 멜버른에 머무르고 있다. 호주와 한국의 여성단체 간 민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호주 성 산업에 유입된 한국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실태를 파악하고 아웃리치 서비스를 실시하며, 활동가 대상 교육을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에서, 호주라는 바깥을 경유해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일의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호주 성 산업의 한국여성들, 그 조직적 배후
 
지난 6월 29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호주 현지에서 성매매 업소를 차려 한국 여성들을 고용하여 일을 시킨 혐의로 업주 정모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브로커 등 18명을 지명 수배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정씨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시드니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국내의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성들을 데려와서 성매매를 강요하였다. 지명 수배된 두 명의 업주들은 조선족 자매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3년간 호주의 멜버른에서 업소를 운영하며 한국 여성과 조선족 여성들을 고용하여 성매매를 알선해 왔다.
 
이들 업주는 브로커 김씨를 통해 한국 여성들을 고용하였다. 브로커 김씨는 그 자신이 경기도 파주의 속칭 ‘용주골’과 서울 화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 등 한국의 성매매 집결지의 업주였다. 김씨는 한국의 유흥업소나 집결지에서 일해 온 여성들을 유인하여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게 하고, 정씨와 김씨 자매의 업소로 여성들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성매매를 해야 했지만, 호주 현지 당국이 업소로 조사를 나올 때에는 업주가 시킨 대로 ‘하루 6시간 일한다’고 진술해왔다고 한다. 성매매를 거부하는 일부 여성들에게는 ‘결혼식 때 찾아가 모두에게 알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했음이 밝혀졌다.
 
업주들은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려 하거나 지각, 결근을 하거나, 손님 불만 등이 적발되면 1천~3천 호주달러(약 120만~360만원)의 벌금을 매기며 착취해왔다고 한다.
 
한국 사법기관, 여성들까지 입건하고 지명수배

▲ 멜번 구세군 아웃리치 활동가 포럼.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의 이윤미, 변정희 활동가가 한국의 성매매 현황과 관련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일부 언론은 해외 원정 성매매를 보도하면서 여성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국제적 망신’이니, 성매매 방지법의 ‘풍선효과’니 하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성 산업이 합법적인 호주 사회에서 한국여성의 규모가 늘어나는 원인이, 성매매 알선자들의 조직적인 활동에 의해서임을 실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여성들은 호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부터 비자 발급과 항공권 구매, 숙소 마련 등으로 사채를 통해 빚을 지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입국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대행한 여행사 대표 역시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되었다. 거기에 더해 브로커 김씨는 체류연장비자를 받기 위해 현지 어학원, 농장 업주 등과 짜고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들이 호주의 성매매 업소로 오기까지 브로커와 사채업자, 여행사, 호주 현지의 업주와 대행사까지 얼마나 많은 중간 매개자들을 거치게 되는지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의 사법기관이 업주 및 브로커와 더불어 여성들까지 불구속 입건하거나 지명수배를 내렸다는 점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경찰에서 발표한 내용을 미루어 보아도, 현존하는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을 뜯어보아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호주의 성 산업으로 유입되는 과정 자체가 비자 및 비행기 티켓발급 비용 등의 채무에 의해 시작되고, 각종 벌금과 협박에 의한 성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음이 명백한 상황에서, 여성들은 법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지 입건 대상이 아닌데 말이다.
 
성 산업이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만들어진 성매매방지법이 여성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다시금 주요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한국의 성매매 방지법 상에서 ‘여성에 대한 처벌’이다. 필자가 호주에 와서 만난 활동가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기도 했다.
 
호주 언론도 ‘한인여성 인신매매 실태’ 주목

▲ 호주의 한인 잡지에 실린 시드니 주 호주 대사관의 안내문. 성매매 방지법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호주 성 산업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피해가 드러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시드니에서 성구매자에 의해 한국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한국인 여성 10여명이 한국인 업주에게 착취를 당한 사건도 있었다.
 
2009년에는 멜버른의 한 업소에서 한국인 여성을 구출하려던 외국인 남성이 업소와 관계된 갱단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2012년 시드니에서는 성구매자가 업소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의 몸에 불을 지른 잔혹한 사건도 발생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살림’ 상담소에서도 지난 2009년 호주 멜버른의 성매매 업소로 인신매매 된 두 명의 여성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한국의 업소에서 일을 하면서 사채빚을 갚지 못하자 멤버와 사채업자가 여성들을 해외로 팔아넘긴 것이다.
 
2011년 Four Corners 방송과 The Age 등 호주 언론이 자국 내 성매매 업소의 한인여성 실태와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 집중 보도를 한 바 있다. 호주 성 산업에 한국여성이 1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한국 외교통상부에서는 재외동포영사대사를 급파했고 영사관에 핫라인 직통전화를 설치하였으며 호주 정부와 공조 방안을 협의하였다. 올해 5월엔 여성가족부가 호주를 방문해 정부기관과 시민단체를 방문, 전문가와 면담을 하였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다. 시드니의 총영사관 측이 지역 10여 개 지방자지단체장들에게 ‘한국인이 성매매에 연루된 정보가 있다면 알려달라’는 서한을 보낸 일은 이곳 언론을 통해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그려졌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한국의 지원정책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보도가 잇따르자 성산업에 있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호주의 단체 활동가들조차도 ‘한국 여성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처벌받는 것이 사실이냐’고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한국 측의 외교적 노력과 활동이, 업주와 브로커들에게는 ‘한국으로 돌아가면 처벌을 받는다’고 여성들을 협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처벌, 국제사회의 비난 면치못해

▲ 호주 <퍼스 YWAM>의 아웃리치 활동가들과 함께 거리 상담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필자 변정희씨.  
 
호주는 성 산업이 합법화되면서 그 여파로 외국인여성 인신매매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여전히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자국의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지원정책의 우수성을 자랑하지만, 2012년 호주 적십자(Red Cross)의 인신매매 피해자 지원 사례 중 78%가 '성적 인신매매'에 의한 피해라는 사실만 보아도 성매매 합법화가 인신매매 근절과 함께 갈 수 없음은 오히려 분명해 보인다.
 
‘호주-국제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CATW-A)의 회원이자 멜번 RMIT 대학의 교수인 캐롤라인 노마는 2011년 <호주 성 산업의 한국화>라는 논문을 냈다. 노마 교수는 호주의 합법화된 성 산업을 비판하며, 한국에서는 업주와 브로커들이 성매매방지법을 피해 자기 입맛에 맞는 호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여성들을 유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한국의 성매매방지법은 성 산업에 유입되어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국가적 노력으로 국제적 위상을 획득할 수 있음에도, 피해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을 구분하는 ‘여성에 대한 처벌’ 조항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후진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 성매매방지법의 여성 처벌 규정을 업주나 브로커들이 악용해 당사자의 입을 막음으로써,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빚, 강요, 사기, 협박, 폭력 등의 피해가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사법 당국이 업주와 브로커의 성매매 알선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입건 조사하고 지명수배하는 것은 여성들을 더욱 더 사각지대로 내모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또한 업주와 브로커의 협박 내용을 기정 사실화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초국적 성매매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국제사회의 모범적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피해의 당사자인 여성에 대한 사법 당국의 대응이야말로 성매매방지법의 위상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필자는 이곳 호주에서, 한국 여성이 해외 성산업으로 송출되는 것이 ‘국제적 망신’이 아니라,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적 망신임을 체감하고 있다.
 
한국의 법과 정책이 성매매를 예방하고 여성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위상을 갖게 될 것이냐, 다시 여성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고 처벌로 위협함으로써 여성들을 착취 속에 침묵하도록 만들어 과거로 회귀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변정희)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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