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음악에 마음을 다시 열어 틈만 나면 음악을 듣곤 한다. 때로는 집중해서, 때로는 배경처럼. 지난 여름, TV가 벼락맞아 망가진 이후부터 생긴 변화다. 게다가 대대적인 집안정리를 끝낸 여동생이 카세트테이프 한 보따리를 안겨준 다음, 음악 들을 일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덕분에, 먼지가 쌓여가던 어머니의 유품 카세트테이프와 최근 10여년 동안 거의 밀쳐두다시피 했던 CD까지 더불어 꺼내 듣게 되었다. 새롭게 알아가는 낯선 곡부터 이미 여러 번 들어 귀에 익숙한 곡까지, 요즘 내 귀는 그 어느 때보다 갖가지 선율들을 받아 안느라 분주하다. 기억을 깨우는 음악 무엇보다도 음악이 제공하는 청각적 기억의 생생함을 즐기고 있는 참이다. 신기하게도 음악은 그와 함께 했던 사건과 상황, 사람과..
눈 내리던 날 언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걸까? 버스에 오를 때까지도 계속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이 멎었다. 좁은 도로 위도, 텅 빈 야영장에도, 주변을 에워싼 숲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눈부시다. 도착한 날, 바로 그날 새벽부터 내린 눈이란다. 정말 운 좋은 날이다. 내게 눈은… 내 고향에서는 겨울이라도 눈은 진기한 구경거리였다. 귀와 코를 잘라낼 기세로 휭휭 불어대는 매서운 바닷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들 때도 눈은 내리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잠깐 눈이 땅을 살짝 가릴 정도로 다녀간 날, 온 동네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눈사람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나마 대문 앞에 눈사람, 아니 회색 빛 흙사람이라도 세운 아이는 얼마나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