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다시 짜는 세상]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내에 여러 개의 화분들이 나와 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해 10월 경의 일이다. 처음 나는 ‘누가 화초들에게 바람을 쐬어주려고 내놓았나 보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되어도 그 화초들은 계속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그렇게 겨울이 되도록 들여가지 않는 화초들을 바라보면서 설마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주인이 있는 그 화초들을 덥석 들고 가기도 마음 편한 것은 아니어서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옆을 지나쳤다. 11월이 지나면서 또 다른 몇 집에서도 화초를 내놓았다. 그것들을 일부러 버렸다는 의심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곧 영하의 날을 맞았고, 또 눈도 내렸다. 며칠 전,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수도관이..
한 해의 순환 속에서,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벽에는 이미 내년 달력을 걸어두었다. 책상 위 새 달력은 벌써부터 약속과 계획으로 어지럽다. 내 마음과 나의 삶은 시간을 앞서 한참 달려나가 있는 듯하다. 12월의 주요 일정을 앞서 마무리해서일까? 일터도 휴가에 들어갔고, 월말 결산도 끝냈고, 우리 집 연말행사도 미리 치렀다. 왜 연말과 연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나? 언젠가부터 연말마다 우리 집에서는 한해 10대 뉴스 뽑기를 행사처럼 하고 있다. TV의 연말 10대 뉴스를 보다 떠올린 것인데, 가족 개개인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우리 집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되돌아보고, 가장 중요하다 싶은 일 10가지를 추려낸 후 순서를 매겨보는 것으로, 재미나다. 해에 따라 다른 테마가 덧붙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