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추위가 누그러져 오랜만에 늦은 밤, 공원으로 산책길에 나섰다. 고층아파트 창문으로 새나오는 푸르스름한 불빛, 길가의 가로등이 내뿜는 주황색 빛, 상점들 간판의 현란한, 색색깔 네온사인 등으로 도시의 밤은 낮과는 또 다른 빛들로 가득하다. 이 빛 덕분에 감히 밤 늦게도 산책할 용기를 내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 때문에 아쉽게도 별빛을 잃었다. 별빛을 포기한 대가로 도시의 불빛을 얻은 것, 아무래도 밑지는 거래인 것 같다. 저녁식사를 끝낸 후 공원길을 따라, 또는 하천을 따라 느긋하게 산책하다 보면, 하늘이 눈을 가득 채워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날마다 변하는 달의 모양이 빛과 더불어 눈길을 끌고, 달빛에서 눈을 돌려 별을 찾아 하늘을 훑어 내린다. 도시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