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 “철학하는 일상”으로 글을 써 온지도 벌써 1년이 흘렀다. 이제 나란 사람이 일상 속에서 철학을 어떻게 접목시켜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접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들만의 세상, 강단철학 사실 내가 철학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은 다소 어처구니없는 이유들로 철학과에 입학하면서였다. 평소 가족을 포함한 주변 이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을 그곳에서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철학과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동안 만나왔던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부가 유별난 취향의 겉모습으로 자기를 부각시키거나 과도한 오만을 내면화하고 있어, 평범한 사람과 달라 보이긴 했지만, 그들 역시도 내가 소통을 원했던 이들은 아..
집 근처 겨울 산에서 매서운 겨울추위가 한풀 꺽인 요즘, 다시 집주변 산을 오르내리고 있다. 눈 내린 다음날엔 나무도 길도 산도 온통 은빛으로 반짝였는데, 며칠 지나 들러보니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남쪽 사면에 자리 잡은 삼림욕장에는 오후의 따뜻한 햇살로 벌써 봄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입구 쪽 나무들은 이고 있던 눈을 털어내고 한결 몸이 가벼워 보인다. 길 위를 두텁게 덮고 있던 눈도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시작부터 미끌어질까 신경을 곤두세우며 걷지 않아도 되니 몸도 마음도 부담 없다.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간다. 부산스런 사람들, 말 없는 나무들 약수터에 물 길러 온 사람들, 함께 놀러 온 가족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는 등산객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산책나온 노인들, 산의 초입부는 사람들로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