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한 여자를 열렬히 사랑했지만 뜻밖에도 그녀에게 냉정한 이별 통고를 받고 만다. 그녀를 향해 달음질 치던 사랑의 관성을 제어하지 못한 그는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그녀가 언젠가 나타날 그녀의 학교 정문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인다.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녀를 향한 그의 공개구애임을 알 수 있게 실명을 공개한 대자보를 온몸에 두르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 그의 이런 당당하고(!) 시끄러운 이별거부 시위는 신문에 전해졌고 인터넷에 두루두루 퍼졌다. B. 한 여자가 있다. 사귀던 사람이 있었으나 헤어지고 싶었다. 미련을 남기지 않게 그에게 냉정하게 이별 통고를 했으나 남자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런 모습에 더더욱 정이 떨어진 그녀는 그녀를 향한 모든 ..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를 방문했다가 그 학교의 좁다란 복도에서 눈길을 끄는 푯말이 있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성고충상담창구. 소년들은 이 네모난 푯말이 달려있는 네모난 방에서 어떤 이야기를 털어놓고 어떤 얘길 듣고 돌아갈까 궁금해졌다. 아니, 과연 이 곳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할까. 성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곳의 이름을 무슨 은행창구 같은 딱딱한 제목으로 붙인 교육행정의 처사가 의아하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들은, 올해의 소원으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게 해달라 했다 한다.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이란, 성폭행을 당했던 1년여 시간만을 뜻하는 게 아닐 것이다. 이후 경찰수사 과정과 가해자 측 관련자들에게서 받았던 협박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