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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
2천종이 넘는 나비가 사는 코스타리카는 나비의 나라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곳입니다. 코스타리카에 사는 나비가 북아메리카 전체의 나비보다도 많다니 어마어마합니다. 국가 차원의 나비보호육성정책이 시행되고 있어서 함부로 나비를 잡지 못하게 한다고 하네요.
크고 작은 나비 농장과 정원들이 코스타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가운데, 농장에서 키운 나비 고치는 외국으로 수출된다는데요. 자료를 찾아본 결과 주로 미국과 유럽의 동물원과 박물관 등이 나비고치를 수입해서 나비성충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코스타리카의 나비 수출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유망산업으로 부상하였다고 합니다.
연초 텔레비젼에 방영된 환경스페셜에 코스타리카 나비 농장이 나오더군요. 관광객들은 나비 농장을 견학하여 나비의 생태과정을 관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방송을 보니 날개가 쑥 빠져나오면서 막 탄생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비가 일행 중 한 사람의 머리로 날아가 그 위에 앉자 둘도 없는 행운이 도래한 것처럼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이 나옵니다.
단단한 고치 안에 웅크리고 있던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탈바꿈하는 경이로운 변태의 순간 - ‘결정적 장면’을 목도하려면 나비 농장이나 정원까지 가야겠지만 이미 완성되어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라면 평소에도 자주 볼 수 있어서 문득 문득 시선을 빼앗기는 것이었습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속도는 종류나 기후에 따라 다른데, 날개를 1초에 5번에서 100번까지 흔든다고 하니, 한껏 경쾌하게만 보여도 실은 중력에 맞서느라 퍽이나 힘들겠지요.
코스타리카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요. 학교에서 파란 나비를 보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강의실 안으로 들어와 구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어요. 파랑새와 마찬가지로 이 새파란 나비도 비록 사진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제 기억이 이 귀한 존재들을 고이 잘 모시겠지요. 아무쪼록 영원히.
파란 나비의 비밀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에 서식하는 이 파란 나비의 종류는 모포나비 Morpho Butterfly 입니다. 모포나비의 고운 파란 날개의 비밀은 날개에 가득 붙어 있는 비늘가루에 있다고 합니다. 미세한 나노미터(nanometer, 10억분의 1m) 크기로 층층이 쌓인 나노구조물의 비늘가루들이 자외선을 반사한 결과 사파이어 보석 같이 영롱한 파란 색을 띤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색소에 의한 색깔이 아니라 색소 없이도 나노구조에 의하여 빛을 내는 색, 즉 구조색(structural color)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무척 화려하고 현란한 색과 무늬를 뽐내는 나비에서 물감을 뽑아 써보려고 애를 썼다. 성공하였을까? 자, 그럼 붉은 꽃잎 하나를 따서 손으로 꽉 눌러 으깨보고, 또 노랑나비의 날개를 문질러 보라. 꽃잎에서는 붉은 색소가 묻어나지만 나비날개에서는 무색의 가루만 묻어날 것이다. 아뿔싸, 눈부신 샛노란 비늘, 새파란 비늘 할 것 없이 모두 무색이더라!? 도대체 영롱한 색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략)
나노구조(nanostructure)가 형형색색 요술을 부린다니 참으로 놀랍다. 다시 말하지만 나비의 비늘을 문질렀을 때 그만 무색이 되는 것은 나노구조가 파괴되어 본래의 색이 사라진 탓이다. 아리따운 꽃잎이 ‘생화학’적인 색소를 품고 있다면 펄렁이는 나비날개는 ‘물리학’을 싣고 다닌다! 이런 특징을 가진 것에는 나비뿐만 아니라 조개껍데기(안쪽 진주층)나 공작의 깃털, 오팔과 같은 보석들이 있다. 어쨌건 나비들은 비늘에서 반사하는 자외선으로 동족을 알아내고 짝꿍을 찾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비는 비늘로 말한다.” (권오길, 나비날개의 나노구조)
나비날개의 아름다움에 관한 신비스런 과학적 진실은 인상적이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좀 더 말씀드리자면 “색소에 의한 색깔은 모든 각도에서 봐도 같지만” 나노구조를 가진 나비날개는“다른 각도에서 보면 약간씩 다른 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관심이 생기신다면 저 링크(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292)로 가셔서 전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비 효과
코스타리카의 수출용 나비 중에서 바로 이 모포나비가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우니만큼 인기가 높은 게 놀라울 건 없겠지요. 한편, 나비의 서식지 이동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오고 있음을 밝힌 연구가 발표되었다고도 하는데요. 나비는 기후 및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생물이기 때문에 서식지 환경이 변하면 그 지역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이 쯤 해서 혹시 뭐 떠오르시는 거 없습니까.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한 결과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 -네, 잘 아시다시피 ‘나비 효과’입니다. 머나먼 곳에서 생긴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초래한다는 가설. 나아가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
나비의 날갯짓만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데, 하물며 인간의 계획과 거래에 따른 나비의 강제이동이 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지는 않을까요? 무릇 나비-빠삐용-란 날개가 바닷물에 젖어 빠져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자유의지로 망망대해를 건너야 할 테니까요. 나비가 나비로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위태롭더라도 오직 자유 속에서만 가능할 테니까요. ⓒ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 ] 코스타리카, 가장 행복한 나라 | 나비 효과 | 코스타리카, 가장 행복한 나라
나비의 생태, 몬테베르데(Monteverde) 나비정원 © www.monteverdetours.com
크고 작은 나비 농장과 정원들이 코스타리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은 가운데, 농장에서 키운 나비 고치는 외국으로 수출된다는데요. 자료를 찾아본 결과 주로 미국과 유럽의 동물원과 박물관 등이 나비고치를 수입해서 나비성충으로 키운다고 하는데, 최근 몇 년 간 코스타리카의 나비 수출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유망산업으로 부상하였다고 합니다.
연초 텔레비젼에 방영된 환경스페셜에 코스타리카 나비 농장이 나오더군요. 관광객들은 나비 농장을 견학하여 나비의 생태과정을 관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방송을 보니 날개가 쑥 빠져나오면서 막 탄생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나비가 일행 중 한 사람의 머리로 날아가 그 위에 앉자 둘도 없는 행운이 도래한 것처럼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이 나옵니다.
단단한 고치 안에 웅크리고 있던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탈바꿈하는 경이로운 변태의 순간 - ‘결정적 장면’을 목도하려면 나비 농장이나 정원까지 가야겠지만 이미 완성되어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라면 평소에도 자주 볼 수 있어서 문득 문득 시선을 빼앗기는 것이었습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속도는 종류나 기후에 따라 다른데, 날개를 1초에 5번에서 100번까지 흔든다고 하니, 한껏 경쾌하게만 보여도 실은 중력에 맞서느라 퍽이나 힘들겠지요.
코스타리카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요. 학교에서 파란 나비를 보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강의실 안으로 들어와 구석에 얌전히 앉아 있었어요. 파랑새와 마찬가지로 이 새파란 나비도 비록 사진으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제 기억이 이 귀한 존재들을 고이 잘 모시겠지요. 아무쪼록 영원히.
파란 나비의 비밀
파란 모포나비, 라 구아시마(La Guacima) 나비농장 ©www.butterflyfarm.co.cr
“옛날 사람들이 무척 화려하고 현란한 색과 무늬를 뽐내는 나비에서 물감을 뽑아 써보려고 애를 썼다. 성공하였을까? 자, 그럼 붉은 꽃잎 하나를 따서 손으로 꽉 눌러 으깨보고, 또 노랑나비의 날개를 문질러 보라. 꽃잎에서는 붉은 색소가 묻어나지만 나비날개에서는 무색의 가루만 묻어날 것이다. 아뿔싸, 눈부신 샛노란 비늘, 새파란 비늘 할 것 없이 모두 무색이더라!? 도대체 영롱한 색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중략)
나노구조(nanostructure)가 형형색색 요술을 부린다니 참으로 놀랍다. 다시 말하지만 나비의 비늘을 문질렀을 때 그만 무색이 되는 것은 나노구조가 파괴되어 본래의 색이 사라진 탓이다. 아리따운 꽃잎이 ‘생화학’적인 색소를 품고 있다면 펄렁이는 나비날개는 ‘물리학’을 싣고 다닌다! 이런 특징을 가진 것에는 나비뿐만 아니라 조개껍데기(안쪽 진주층)나 공작의 깃털, 오팔과 같은 보석들이 있다. 어쨌건 나비들은 비늘에서 반사하는 자외선으로 동족을 알아내고 짝꿍을 찾는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비는 비늘로 말한다.” (권오길, 나비날개의 나노구조)
나비날개의 아름다움에 관한 신비스런 과학적 진실은 인상적이다 못해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좀 더 말씀드리자면 “색소에 의한 색깔은 모든 각도에서 봐도 같지만” 나노구조를 가진 나비날개는“다른 각도에서 보면 약간씩 다른 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관심이 생기신다면 저 링크(navercast.naver.com/science/biology/292)로 가셔서 전문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비 효과
코스타리카의 수출용 나비 중에서 바로 이 모포나비가 인기가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토록 아름다우니만큼 인기가 높은 게 놀라울 건 없겠지요. 한편, 나비의 서식지 이동을 통해 지구온난화가 오고 있음을 밝힌 연구가 발표되었다고도 하는데요. 나비는 기후 및 환경의 변화에 민감한 생물이기 때문에 서식지 환경이 변하면 그 지역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이 쯤 해서 혹시 뭐 떠오르시는 거 없습니까.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갯짓을 한 결과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 -네, 잘 아시다시피 ‘나비 효과’입니다. 머나먼 곳에서 생긴 작은 변화가 예측할 수 없는 날씨를 초래한다는 가설. 나아가 어떤 일이 시작될 때 있었던 아주 작은 양의 차이가 결과에서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이론.
나비의 날갯짓만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데, 하물며 인간의 계획과 거래에 따른 나비의 강제이동이 혹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오지는 않을까요? 무릇 나비-빠삐용-란 날개가 바닷물에 젖어 빠져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로지 자유의지로 망망대해를 건너야 할 테니까요. 나비가 나비로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위태롭더라도 오직 자유 속에서만 가능할 테니까요. ⓒ 일다 www.ildaro.com
[관련 기사 ] 코스타리카, 가장 행복한 나라 | 나비 효과 | 코스타리카, 가장 행복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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