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하고 쓰디 쓴, 소년의 성장기: 체스터 브라운의 체스터 브라운의 는 상당히 보기 드문 스타일로 소년의 성장을 솔직하게 다룬 만화다. 체스터 브라운은 1980년대 등장한 캐나타의 얼터너티브 만화의 선두주가로 꼽히는 작가로, 언뜻 보기에도 판화처럼 검은 배경 위에 몇 개의 하얀 칸으로 전개하는 방식이나 가는 선으로 그려진 다소 그로테스크하고 힘없이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은 영미계열의 인디만화라는 인상을 풍긴다. 괴기스럽고 특이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다른 작품과는 달리 는 극도로 사실적인 상황을 절제미 있게 연출한다. 일상적 폭력과 의사소통의 단절 드러내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임을 확실하게 표시하기 위해서일까, 작가와 주인공의 이름은 같다. 체스터는 지방의 중소도시로 여겨지는 어느 마을에서 살고 있다. 그는 키..
햄릿, 숭고함을 비웃고 해학으로 되살아나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성곤 ‘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사악함이 빚어내는 갈등과 복수의 비극성.’ 셰익스피어 의 ‘영원한’ 주제다. 그러나 여기 의 비장미와 숭고함을 비웃는 한 편의 연극이 있다.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이 그것이다.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첫 선을 뵌 에서는 고귀한 비극의 주인공 대신 익살광대들이 등장해, 생에 대한 집착에서 빚어지는 실존적 갈등과 고민을 거침없이 조롱하며 인간 삶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숙부이자 아버지인 클로디어스, 어머니이자 숙모인 거투루드.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햄릿. 마치 오래된 오이디푸스의 테제(These)를 연상시키는 햄릿의 비극성은 머리만 있고 몸통이 없는 해골인형으로 희화화된다. 존재론적 고민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