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나, 꿈꾸던 가족이 현실이 되는 공간, ‘볼’ ‘볼 문화’는 어떻게 소수자들의 안식처가 됐나 현실에선 아마도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할 때가 있다. 세상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을 때,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나를 둘러싼 좀처럼 세상은 변하는 것 같지 않을 때, 날 둘러싼 편견과 오해와 차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완전히 다른 내가 될 수 있는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지는 욕망에 사로잡히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무슨 옷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엄청나게 큰 옷방에서, 눈에 단번에 띄는 가장 화려한 옷을 골라 입고 돔XXX 샴페인을 잔에 들고 우아하게 현악 콰르텟 연주를 듣는 나를 상상하거나,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말이다. 만약, 그런 나를 ‘재현’할 수 있..
그 시절은 정말 흑역사일까1990년대~2000년대 수도권 퀴어여성 역사를 되짚은 ‘온라인 탑골공원’이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게 불과 얼마 전이다. SBS 유튜브 채널 ‘KPOP CLASSIC’에서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실시간 중계한 것이 이렇게까지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왜일까? 사실 그리 먼 과거도 아니고 고작 10~20년 전의 일들인데 말이다. 지금의 청년세대인 20~30대들이 자신의 10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는 현장은 ‘온라인 탑골공원’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공개된 (2004년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국내 성우들이 노래) 발매 펀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