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과해 온 퀴어문화축제 [머리 짧은 여자, 조재] 2014년 신촌에서 2017년 동성로까지 2014년 6월 서울 신촌 커뮤니티를 통해 퀴어문화축제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벌써 15회째라는데 왜 진작 찾아볼 생각을 못했을까. 그때 내 주변에는 아는 성소수자가 없었다. 내게 커밍아웃한 친구는 딱 한 명뿐이었다. 정보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들어가던 온라인 커뮤니티는 정보를 나누기보다는 주로 연인을 구하는 글이나 사담이 많았다. 나는 ‘다들 지지고 볶고 나름대로 잘살고 있구나’ 하며 구경만 하는 눈팅족이었다. 그러던 중에 6월 어느 날,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글을 발견한 것이다. 글쓴이는 축제에 혼자 가는 게 민망한지 함께 갈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바로 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주세요[머리 짧은 여자, 조재] 성소수자 혐오 사회에서 살아가기 ▶ [내 옆의 아무개] ⓒ머리 짧은 여자, 조재 자신이 친하게 지내왔던 친구가 커밍아웃했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놀라움을 표하는 A. 그는 커밍아웃한 친구 OO의 실명을 거론하며 S에게 말했다. “너도 걔 알지? 그리고 걔 애인, 우리가 본적이 있었대!” 옆에서 듣던 S는 “너 그거 아웃팅이야”라며 지적했지만, A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며 다시 말을 가로챘다. 평소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던 A는 최근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목사님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의 말 때문이었을까. A의 친구 OO은 그 성소수자가 바로 본인이라며 커밍아웃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A를 제외한 친구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