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장 밖으로[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어떤 공동체 운동 시작 전. 사람들은 수다가 한창이다. 나를 빼곤 전부 중고등학생이다. 익숙한 풍경이다. 크게 둘로 갈라져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혼자 스트레칭을 한다. 한 여자아이가 학교를 공학으로 갔어야 했다며, 아쉽다고 말을 꺼냈다. 그래도 체육관에 와서 남자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다른 아이는 그럼에도 여긴 아니라고 툴툴거렸다. 여전히 익숙한 풍경이다. 여중, 여고를 나왔다. 학창 시절 친구들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학원에서 만난 남자애 이야기, 아는 오빠 이야기, 누구랑 누가 사귄다는 이야기를 하느라 쉬는 시간이 모자랐다. 딱히 이성에 관심이 없던 나는 말이 ..
“우린 퀴어이고 여기 있다. 익숙해져라”2018 평창올림픽에서 프라이드하우스의 활동을 따라가며 설 연휴였던 2월 17일 토요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까페, 연휴인데도 이른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까페 안은 ‘프라이드하우스’라는 말과 함께 무지개 플래그로 꾸며져 있었다. 커다란 스크린에는 평창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 싱글 경기가 중계 중이고, 그 옆 커다란 테이블 위에 맛있는 빵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도 바빠지고 있었다. ▶ ‘프라이드하우스 평창’에서 준비한 프라이드 브런치 뷰잉 파티가 시작되기 전 © 일다(박주연 기자) ‘가족과 보내는 명절연휴’에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모인 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성소수자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