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고맙다.” 2006년 12월. 수 많은 벽장 중 하나의 벽장 속에서 나오며 들었던 말입니다.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한 순간, 4년 전 어머니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 나를 바라보던 어머니의 눈빛과 말들이 떠오른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을까요. 단 한번도 어머니가 그런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어머니의 눈빛은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눈빛이었던 지라, 얼마만큼 맞았는지, 그게 아팠었는지, 어머니가 울었었는지, 어떤 욕을 했는지 등의 반응에 대해서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 이후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외출금지와 지나친 감시. 마치 제가 투명인간이 되어버린 듯한 부모님의 태도까지도요.이성애자 친구의 우정 메시지 2006년 12월...
재니스 조플린과 미셀 엔데게오첼로 지구상의 모든 존재들이 그렇듯 인간 또한 본질적으로는 자신에게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존재 같아요. 태어날 때 붙여지는 이름부터, 살면서 늘어나는 정체성의 이름들까지…. 누군가 직업이나 학력, 출신지역을 묻기도 전에 제게는 다양한 차원에서 비롯되는 많은 이름들이 주어져 있지요. 아니 어쩌면 이름 자체보다는 거기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미리 앞서서 저를 규정하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에게 붙여진 이름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나는 여자 혹은 남자이지만, 백인 혹은 아시아인이지만, 어떤 계급 출신, 어디 사람이지만 그게 내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라고, 일상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호소하잖아요. 낯선 집단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이해한다는 건, 관계를 맺는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