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차별을 금지하지 않으면, 고통은 대를 잇는다유년의 트라우마를 그린 그래픽노블 『바늘땀』 『바늘땀』의 화자인 ‘나’는 여섯 살, 늘 침묵과 전운에 휩싸인 집에서 살고 있다. 엄마는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툭하면 문짝을 후려치듯 닫고 혼자 방에 숨어서 흐느끼거나 속내를 알 수 없는 분노에 빠져있다. 의사인 아빠는 모르는 척 방관하고, 지하실로 내려가 샌드백만 때릴 뿐이다. 형은 시끄럽게 북을 두드리고 ‘나’는 자주 아프다. ▲ 데이비드 스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그래픽노블 『바늘땀』(이예원 옮김, 미메시스) ‘나’는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한창 부흥하는 시기의 공업 도시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의사들은 과학의 전사이자 영웅처럼 보였고, 엑스선이 어떤 병이건 말끔히 치유할 기적의 광선이라고 믿었다. ..
교사 지위를 이용한 성관계 “연애가 아닙니다”중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교사 성폭력을 제소한 이시다 이쿠코 작년 12월 11일 도쿄에서 열린 ‘플라워 집회’(2019년 3월, 잇단 성폭력 무죄 판결에 대한 이의 제기와 성폭력 근절을 목표로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국 각지에서 매달 1회 개최된 집회)에서 중학교 교사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이야기한 여성이 있었다. 피해에 따른 오랜 고통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 시효를 철폐하길 바란다”고 호소하는 모습에 가슴이 메어 바로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이 이시다 이쿠코(石田郁子) 씨였다. 이시다 씨는 열다섯부터 다니던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립중학교 미술 교사로부터 졸업 후 열아홉 살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작년, 가해자와 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