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3)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입춘도 우수도 지났습니다.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 아직 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질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달이 바뀌어 춘삼월이 오면 동면한 개구리가 깨어난답니다. 경칩입니다.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진정 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겨울을 알지 못하기에 봄 또한 알지 못합니다. 여름과 가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사계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눈도 내리지 않고 추위도 없는 코스타리카, 거기에서는 오직 비가 내리다가 바람이 불고 볕이 날 뿐입니다. 내 마음의 비 비 오는 계절, 우기에..
뜨거운 감자, 어떻게 먹나요? *풍경보다는 사람을, 사진 찍기보다는 이야기하기를,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기를 선택한 어느 엄마와 세 딸의 아시아 여행기입니다. 11개월 간 이어진 여행, 그 길목 길목에서 만났던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진형민) 말레이시아 페낭② 말레이시아 페낭(Penang)에 한달 머물 숙소를 구하면서 내가 양보할 수 없었던 딱 한 가지 조건은 부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세 아이 키우며 직장 다닌다는 핑계로 집안은 언제나 막 이사 온 것처럼 어수선하고 밥 해먹는 일도 건성건성 요령 피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난 원래 밥상 차리는 일을 좋아했었다. 쌀 씻어 밥을 안치고 조물조물 반찬을 장만하는 일은 얼마나 재미나는 놀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