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5) 전남편과의 기억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연애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절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가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이라서였다. 나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연애할 당시는 대학 졸업 직후였는데, 사회진출 모임을 하면서 진로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건 문학운동 단체에서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애국심으로 넘쳐, 나는 그 사람이 내 운동가적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한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서였다. 햇볕 잘 드는 카페에서..
[일다] ‘男 직장, 女 가정’에 기반한 근로시간 제도 변화돼야 ‘직장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와 정책적 관심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반면,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 현상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가족 양립지원 정책은 ‘육아 등의 가족적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암묵적 전제 하에, 워킹맘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자녀양육기의 여성들이 일과 가족을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하는 것에 있었다. 그러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혹은 자녀가 있든 없든 간에 우리 모두는 생산노동에 참여함과 동시에 가족적 책임이 있는 가족의 일원이고, 시민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