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화기를 들자마자 상냥하게 새해인사부터 전한 사람은 준영이 어머니였다. 우리는 서로 덕담을 나누며 새해인사를 했다. 해가 바뀌는 지점에서 이렇게 전화로라도 빼놓지 않고 인사를 전하는 사람은 준영이 어머니가 유일하다. 그도 그럴 것이, 준영이는 올해로 4년 차를 맞는다. 그 사이 해가 바뀐 것만도 네 번이니, 준영이 어머니와의 인연도 그 시간과 함께 깊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그런데 교사가 열을 가르쳤는데, 학생이 그 열을 다 기억 못한다면, 그것이 문제인가요?” 준영이 어머니는 근황을 전하다 말고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열이요? 한번에 열을 가르쳤다고 열을 알면, 그건 정말 대단하지요. 그러나 만약, 열중 하나라도 기억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것만도 훌륭한 일이지요..
내 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 아이들 월요일은 현준, 재성, 찬우의 수업이 있는 날이다. 2학년인 현준이는 보충으로 참여하는 수업이고, 정식멤버는 1학년인 찬우와 재성이다. 그들은 내가 처음으로 가르쳐 본 1학년 학생들이다. 1학년을 가르쳐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두 명이라도 가르치겠다고 덥석 손을 내밀었었다. 그들은 내게 1학년 아이들이 어떤지 알게도 했지만, 그것보다 내 섣부른 판단에 대한 자신감이 얼마나 근거 없는 것인가를 깊이 깨닫게 해준 아이들이다. 함께 공부한지 7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찬우의 수업태도가 비교적 좋아진 건 불과 몇 주전이다. 그는 수업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를 빙빙 둘러보기도 하고, 주변친구들에게 말을 걸기도 하며, 수업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