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폭포의 여왕』 이런 장면을 상상해보자. 1901년,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와 가까운 도시 한복판에 많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 도시에서 가장 큰 호텔 앞에 사람 몸집만한 나무통 하나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걸 보러 몰려든 것이다. 그 나무통은 예사 통이 아니고, 열흘 뒤 한 여성을 속에 태우고 나이아가라 폭포를 내려올 걸로 예정된 통이다. ▲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폭포의 여왕』 (서애경 역, 사계절) 나이아가라 폭포를 정복할 여성의 이름은 애니 에드슨 테일러! 그녀는 기자와 사람들에게 자신이 마흔두 살이라고 했지만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말이다. 실제로 그녀는 예순두 살인데 사람들이 자신보다 젊은 사람을 더 좋아할 거라는 걸 알고 거짓말을 보탠 것. 그러..
[만만찮은 그녀들의 이야기] 방귀쟁이 며느리 방귀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성이다. 방귀는 누구나 뀌는데 유독 여성의 방귀만 오랫동안 이야깃거리가 되어왔다. 더구나 젊은 여자가 주인공일 때가 많은 것은, 그녀들에게 유달리 방귀가 금기시되어왔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방귀를 항문에서 나오는 기체라고 했지만, 여성은 질에서도 방귀를 뀐다. 항문이나 질은 엉덩이 속에 깊이 숨겨진 구멍이며, ‘냄새를 피우는(放氣)’ 곳이다. 냄새는 누구나 나지만 아무나 피울 수 없다. 위계 사회에서는 냄새도 권력이기 때문이다. 시아버지의 영토는 그의 냄새가 지배한다. 그의 사적 공간인 집안에서 씨족으로 보나 젠더로 보나 외부자인 며느리가 감히 냄새를 피울 장소는 없다. 억압받는 방귀는 가부장 사회에 포위된 여성의 몸과 섹슈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