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새로운 땅에 이식되는 타자성 네가 있어 내가 있다. 처음 이 문장을 내게 가르쳐준 사람은 케디였다. 늘 팔로산토 향이 나던 머리카락, 그 길이와 키가 거의 동일했던 인도네시아 여자. 자기 어머니의 긴 기도 속에 항상 등장했던 그 문장은 어머니인양 떠올리다가 어머니인양 도리질하게 되는 의미가 되었다고 했다. 케디는 이 모든 말을 영어로 하면서 어머니만 한국어로 발음했다. 내가 물었다.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 “둘이 뭐가 달라요?”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잠깐 멍해졌다. 한국에 온 지 고작 3개월 된 외국인 여성이 단박에 알아들을 만한 예시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케디를 글쓰기 수업에 데려온 순심 씨가 끼어들었다. “네가 맨날 보고 싶다고 울잖아. 그 짝에 있는 사람은 엄마. 나는 어머..
[페미니스트의 책장] 정영롱 작가 웹툰 『남남』 ※ 이 리뷰는 웹툰 『남남』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남』은 2019년 여름부터 연재되고 있는 카카오 웹툰 작품이다. 이 웹툰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작품의 주인공인 ‘진희’는 애인과 다투던 중 엄마에 대한 험담이 나오자, 머리끝까지 화가 나 씩씩대며 집에 돌아온다. 원래는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으니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돌아오게 된 진희는 집에서 엄마와 마주친다. 이때 엄마는 성인채널 영상을 틀어놓고 자위를 하던 중이었다. ▲ 정영롱 작가의 웹툰 『남남』은 2019년 여름부터 카카오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다. 정영롱 작가는 『남남』 단행본 출간 기념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말해주는 ‘방지턱’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